봄비
241130 W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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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GV 동대문 / 👥 블팡·은환

GENRE 뮤지컬 / 판타지 RELEASE DATE 2024
DIRECTOR 존 추 ACTOR 신시아 에리보
/ 아리아나 그란데

 

  1. What is this feeling, so sudden, and new?
  2. Dancing through life
    Skimming the surface
    Gliding where turf is smooth
  3. So Elphaba, I'd like to raise you high
    Cuz I think everyone deserves The chance to fly
  4. I know
    But I don't want it - No!
    I can't want it anymore
  5. Too long I've been afraid of
    Losing love I guess I've lost
    Well if that's love
    It comes at much too high a cost
  6. So if you care to find me, look to the Western sky!
    As someone told me lately,
    everyone deserves the chance to fly
  7. Tell them how I am defying gravity
    I'm flying high, defying gravity
    And soon I'll match them in renown
    And nobody in all of Oz
    No Wizard that there is or was
    Is ever gonna bring me down!!
  8. No one mourns the wicked
    So we got to bring her down!

 

다시 보니까 훨씬 좋다. 처음에는 어벤저스나 인셉션 같은 SF, 판타지, 액티비티한 액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실망했었는데……. 어떤 스토리로 전개될지 미리 알고 보니까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 것 같달까?

초반부 마법사와 나를 부르는 엘파바는 갈대밭을 날듯이 달려 절벽 앞에서 멈춰 선다. 하지만 후반부 Defying Gravity를 부르는 엘파바는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기꺼이 날아오른다. 그 대비가 좋았다. 마법사에게 소원을 빌고, 마법사의 인정을 받고, 마법사와의 미래를 꿈꾸던 엘파바가 두려워 해야 하는 건 마법사다, 나는 대적자가 될 것이다, 누구도 나를 끌어내릴 수 없다 외치는 장면은 완벽한 클라이맥스였다.

그리고 Defying Gravity에서 엘파바가 "오즈의 그 누구도 과거와 현재의 그 어떤 마법사도 절대 날 막을 수 없다고!" 외치는데, 엘파바가 미래를 본다는 걸 생각하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위키드, 사악한 마녀를 물리친 건 오즈가 아닌 바깥 세상에서 온 어린 소녀 도로시였으니까. 어쩌면 엘파바의 이야기를 들은 마담 모리블이 도로시를 불러온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날씨를 조종하는 게 특기인 마녀와 태풍에 휩쓸린 도로시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고.

엘파바가 마법사의 파발을 받고 떠날 때 비가 내린다. 마담 모리블은 그때 날씨를 바꾸는 건 내 특기라며, 위대한 여정에는 맑은 날씨가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 장면을 생각하고 엔딩을 보면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날아가는 엘파바의 앞날이 얼마나 험난할지 예상하게 된다. 마담 모리블이 날씨를 조종한 거라는 해석도 있는데 정말 그럴지도.

처음에는 엘파바가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의 공작을 알아내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했었는데, 다시 보니까 알겠더라. 오즈의 세계에서는 동물들이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억압당하고 차별받으며 차차 말을 잃어간다. 말을 잃어버렸다는 건 중요한 키워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이 말한다는 설정이 너무 낯설어서 ㅋㅋ 말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딜라몬드 교수가 무언가 나쁜 것 넘버를 부를 때 막바지에 울음소리를 낸 것도 그런 맥락이었겠지?

그걸 전제로 그 장면을 다시 보면 원숭이 장군 치스테리가 내내 말을 하지 않는다. 과묵한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아 챈 거다. 고통에 차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치스테리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날개를 바란다는 말도 결국 마법사의 일방적 주장이었으니까. 게다가 마법사가 고른 "스파이"라는 단어가 핵심이었을 것이다. 스파이가 되려면 파고 드려는 대상과 닮아 있어야 하는데, 원숭이가 스파이가 된다면, 하늘에서 누군가를 감시해야 한다면 동물들이겠지. 그러니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이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단박에 눈치 챌 수밖에.

막판에 엘파바가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라고 말하는 장면이 좋았다. 악녀는 두 번 산다에서 주인공 아르티제아가 한 말이 생각 났다. 사람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하고야 마는 거라고. 

추신. 무도회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찡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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